방송 관계자 "흐트러지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 필요"

  • 한국의 한류문화를 대표하는 기업 SM엔터테인먼트. 1995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2000년 주식을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고, 2001년 국내 최초로 100억 원 규모의 음반투자 펀드를 결성하는 등, 국내 엔터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 왔다.

    1996년 5인조 보이그룹 H.O.T를 비롯해 1997년 3인조 걸그룹 S.E.S, 1999년 남성 듀오 플라이투더스카이, 2000년 여성 솔로가수 보아, 2004년 동방신기, 2005년에는 13인조 남성그룹 슈퍼주니어를 잇따라 데뷔시키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SM엔터테인먼트는 창사 20년 만에 상반기에만 1,300억원을 벌어들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불모지였던 국내 엔터산업을 일구고, 이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키우는데 일조한 SM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이라는 희대의 사업가가 십수년간 땀과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물이다. 가수로 출발해 매니지먼트, 프로듀서, 공연 기획자로 지평을 넓혀간 그는 일본 등 해외 뮤지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실력파 가수를 키워내고 알리는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SM엔터를 통해 수많은 인재가 배출됐고, 이른바 SM사단은 마치 재계의 삼성처럼 국내 연예산업의 중추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으로 성장해 나갔다.  

    수년간 전년대비 50%대 성장을 거듭해온 SM엔터테인먼트. 이 회사의 앞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불과 수년 만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콘텐츠를 양산하며 한류문화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이 회사가 올해들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잘 나가던 이 기업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밖으로부터의 위기가 아닌, 안에서부터 불거진 위기였다. 틴에이저를 공략하기 위해 동일한 틴에이저 스타를 내세웠던 전략이 한계점에 봉착하고 만 것. 신화라는 장수 그룹이 존재하긴 하나, 소위 '아이돌스타'라 불리는 가수들은 십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에 절정을 이룬 뒤 점차 쇄락하는 사이클을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지나치게 특정 스타의 인기에 기대고 있었다는 점이다. 엔터기업의 경우 간판 스타의 역량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SM엔터테인먼트 역시 일부 아이돌그룹의 인기가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편이다. 과거 HOT가 해체되고, 동방신기가 분열 양상을 보일 때 커다른 위기를 맞았던 SM엔터테인먼트는 핵심 스타들이 적령기를 넘어섬에 따라, 성인이 된 이들의 사생활을 어느 선까지 '공적 영역'으로 봐야하는가하는 중대 기로에 처해 있다.

    에프엑스의 설리는 가수 최자와의 교제설이 불거지면서 가수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 소녀시대의 제시카는 개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팀원 및 소속사와 마찰을 빚으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출된 상황이다.

    과거 선배 아이돌 가수들이 장기 계약에 따른 피로도를 호소해 왔다면,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스타들은 자신들의 사적 영역을 좀 더 넓혀가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변화의 조짐은 있다. 과거엔 열애설만 터져도 인기가 추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지금은 이를 쿨하게 인정하는 게 인기 유지에 도움이 되는 등 조금씩 세태가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스타들의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가 되면서, 특정 기획사가 획일화된 스타일을 고수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예전엔 'SM스타일'이라는 게 통용됐지만 지금은 가수의 스타일만 존재할 뿐, 소속사의 입김과 영향력은 점차 옅어지는 추세다.

    이같은 변화는 이수만 회장에게도 한결 부담을 더는 요소가 될 듯 하다. 전지전능한 위치에서 가수를 조련하고 키워내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그는 최근엔 그룹의 장기적 플랜을 짜고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270여명의 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자신들의 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분야별 전문화'가 이뤄진 것도 '일인독재 시스템'을 빠른 시일 내 탈피하게 된 배경이 됐다.

    SM의 전부였던 그가 SM의 일부로 돌아간 지금, 이수만 회장 부인의 사망 소식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연예 전문가는 "제시카의 탈퇴 문제와, 회장 부인의 부고 소식은 또 다른 문제"라며 "개인적으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번 일이 그룹에 장기적인 악재로 다가오진 않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그러나 한 방송 관계자는 "예당의 경우처럼 회사 핵심오너가 신상에 문제를 일으킬시, 주위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우려도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흐트러지지 않는 강력한 리더십을 모두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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