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오진' 범벅.."의료과실, 변명의 여지 없어"원장 曰 "복막염 아니다" "미음-죽 먹어도 된다" "통증은 내시경 때문이다"
  • ▲ 故 신해철의 유족들이 5일 오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故 신해철의 유족들이 5일 오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스카이병원의 수술 과정은 한 마디로 '실수'와 '오판'으로 얼룩진 총체적 난국이었다.

    5일 오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공개된 스카이병원의 수술 과정은 이곳이 과연 종합병원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허술하고 조악했다.

    소속사 KCA엔터테인먼트의 김재형 이사는 "17일 복강경 수술을 받은 후 신해철은 줄곧 복통과 고열을 호소했는데, 강세훈 원장은 '수술은 잘됐다'면서 '개복하지 않아서 회복이 빠를테니 미음이나 주스 등 액상으로 된 음식은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스카이병원 측 법률대리인의 발언과는 180도 다른 얘기다. 해당 병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A변호사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신해철이 수술 후 이틀간 병원에서 지낼 때에는 상태가 괜찮았다"면서 "이후 외출과 외박을 하는 과정에 식사를 한 것이 문제가 돼 장이 터진 것 아닌가 싶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스카이병원은 '금식'을 조건으로 퇴원시켰으나, 신해철이 의사의 권고 사항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재형 이사는 "분명히 강세훈 원장이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씨에게 '미음이나 주스 등 액상으로 된 음식은 먹어도 되고, 미음을 먹고도 괜찮으면 죽이나 밥까지 먹어도 된다'고 말했었다"고 강조했다.

    명색이 한 병원의 법률대리인인데, 병원장과 정반대의 주장을 늘어 놓은 셈이다. 과연 둘 중에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

    신해철은 수술 이틀 후인 18일, 안절부절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다닐 정도로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스카이병원은 제대로 된 검사 대신, 디아제팜(진정제)과 페치딘(마약성진통제), 듀로제식 패취(파스형 마약성진통제) 등 마약 성분의 진통제만 처방했다. 이는 원인이 아닌, 증세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대증요법(symptomatic treatment)으로, 근본적인 치료와는 거리가 멀었다.

    19일 새벽에도 신해철은 복통을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5층까지 올라와 소리를 지르면서 통증을 호소했고 처치카트를 발로 차기까지했다.

    이쯤되면 환자의 상태가 심각함을 깨닫고 정밀 검사에 들어갔어야했지만, 이상하게도 스카이병원은 느긋한 행보를 보였다. 보호자의 요구로 진통제만 투여한 뒤 오후 1시 30분경 퇴원 수속을 밟게한 것.

  • ▲ 故 신해철의 유족들이 5일 오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故 신해철의 유족들이 5일 오후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신해철은 자택에 돌아와서도 통증을 호소했다. 결국 20일 새벽 5시 10분경 스카이병원에 재입원했다. 그러나 다른 진료 중인 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21일 오전 '원장 외래 진료'만 예약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열이 40도까지 오르는 등 상태가 더 안좋아진 신해철은 다시 오후 4시 10분경 스카이병원을 찾아 강세훈 원장의 진료를 받았다.

    이때 강 원장은 배 이곳저곳을 눌러보다 하복부 쪽을 눌러본 뒤 "여기가 안 아프면 복막염은 아니니 안심하라"는 말을 건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강 원장은 고통스러워하는 신해철에게 "가슴통증은 위 수술 때문이 아니라 내시경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좁은 내부에서 늘어난 장들이 움직이니 아픈 건 당연하다. 장이 늘어난 건 시간만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니 기다리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강 원장의 진단은 대부분 틀렸다. 이때 신해철은 장천공으로 인한 복막염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심장 등 다른 장기에게까지 감염이 전이되는 찰나였다.

    어처구니없게도 신해철은 다시 퇴원을 했다. 신해철은 21일에도 복통과 고열에 시달렸다. 그리고 22일 새벽 4시 40분 통증을 호소하며 스카이병원에 재입원했다. 당시 신해철은 왼쪽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고 소리를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사태의 위중함을 깨달은 강 원장은 간호사에게 새벽에 무슨 약을 투약했는지를 물었다. 이에 간호사는 "페치딘과 몰핀을 투약했다"고 말했다. 몰핀은 전날 강 원장이 '투약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약물이었다.

    22일 오전 11시 32분, 강세훈 원장은 매니저에게 찾아와 "가슴 통증은 혈관이 반 정도 막혀있어서 심장으로 가는 피가 모자라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한 뒤 "심전도는 이상 없으니 심근경색이나 심장마비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검사도 수치가 돌아오고 있으니 수술했던 내부는 정상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12시 40분 화장실에 들어간 신해철은 곧장 바닥에 쓰러져 사경을 해매기 시작했다.

    기절한 신해철을 침대에 눕힌 의료진. 이때 "심장 제세동기(cardioverter : 심장에 고압전류를 단시간 통하게 함으로써 정상적인 맥박으로 회복시키는 기기)를 가져와 2번 충격을 가했으나, 기계 연결이 안 된 탓인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게 김재형 KCA엔터 이사의 전언이다.

    원장이 연결해서 다시 가져오라고 소리를 쳤어요. 그리고 다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연결됐다고 다시 제세동기를 가져와서 충격을 가했죠. 신해철의 왼쪽 눈꼬리 옆으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보호자는 나가라고 해서 문밖으로 나왔는데 안쪽을 보니 모니터 가운데에 초록색 일자 줄이 보였습니다.


    심폐소생술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산소 공급이 5분 이상만 차단되도 뇌에 심각한 손상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카이병원은 미숙한 기기 조작으로, '천금'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오후 1시 55분경 스카이병원 수술실에서 나온 신해철은 2시 10분경 서울아산병원에 도착했다.

    당시 강세훈 원장은 구급차 앞에서 "다행히 병원에서 심장마비가 왔고 응급조치가 빨라서 뇌손상은 없을 것"이라며 "아산병원 심장센터가 잘하니 이곳에서 심장만 고쳐 나가면 아무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매니저에게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확인해 본 결과, 신해철은 동공반사와 의식도 없었고, 뇌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심낭기종, 심장압전, 장천공 증세까지 동반한 아주 위중한 상태였다.

    신해철은 27일 오후 8시 19분 사망했다. 사인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괴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