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정치시사, 권력풍자 개그 계속 선보일 터"

  • 지금 이 발언은 조준희 피디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에서 심심치않게 등장하는 대사다. 해당 코너에서 사회자로 출연하는 박영진은 발언의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이 발언은 조준희 피디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실드를 치는 모습을 보인다.

    방송이 수차례 전파를 타면서, '대중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조준희 피디의 이름도 덩달아 회자되는 분위기다. 1998년 예능 피디로 KBS에 입사한 조 피디는 2000대 초반 '개그콘서트' 조연출을 하다 예능프로그램 '웃음충전소', 일일시트콤 '못말리는 결혼' '패밀리' 등을 연출하며 입지를 굳혔다. 올 봄 개편 때 서수민 피디의 후임으로 '개그콘서트'에 컴백한 조준희 피디는 새롭게 정치 풍자 코미디를 선보이며 개콘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예능 전문 피디인 그가 정치 코드를 들고 나온 건, 순전히 프로그램의 다양성 때문이었다. 조 피디는 지난달 27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키워보자는 차원에서 풍자 코미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준희 피디는 '가진 자들에 대한 풍자'는 개그의 오래된 한 축이라고 확신하는 듯 했다.

    정치풍자는 코미디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입니다. 그 핵심은 가진 자들에 대한 비꼼 아니겠습니까? 개그맨도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고, 풍자는 코미디의 큰 장르의 하나로서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수단입니다.


    조 피디는 "2000년 대 초 개콘 조연출을 할 때 견학을 온 해외 방송 관계자들에게서 '풍자가 왜 빠졌느냐'는 질문을 받고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며 새롭게 선보인 '민상토론'이 즉흥적인 발상에서 나온 일회성 코너가 아님을 역설했다.

    그는 자신이 연출한 개그가 소위 '색깔론'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선 경계하는 눈치였다.

    무상급식 찬성하면 빨갛게 만들거나 진보, 좌파, 종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 배후세력 운운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감지한 사회 분위기였습니다.


    조준희 피디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진보와 보수, 좌우, 여야든 치우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민상토론에서는)우리 의견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방송된 '민상토론'을 보면, 프로그램의 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있음이 느껴진다. 조 피디의 '초심'이 변질된 건지, 아니면 자신의 '본색'이 이제서야 드러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조준희 피디가 정치시사, 권력풍자 개그를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는 것이다.

    정치를 소재로 한 코미디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건 방송의 다양성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편협되고 외골수적인 시각을 버리지 않는 한, 풍자 코미디가 특정 세력을 띄우기 위한 '노리개'라는 비난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민상토론'이 진일보한 정치 풍자 코미디로 정착하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