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명민이 변호사도 검사도 아닌, 변호사 사무실 브로커 '최필재'로 돌아왔다. 김명민은 드라마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육룡이 나르샤', 영화 '조선명탐정', '내 사랑 내 곁에', '연가시'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사실감 넘치는 연기력으로 이제는 뭘 해도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매 작품마다 소진과 소진을 반복하며 최고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그가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에서 실력도 싸가지도 최고인 사건 브로커로 변신해 여전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또 따라 할 수도 없는 연기내공과 카리스마, 인간적인 매력으로 무장한 김명민이 이번 작품에서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그만의 방식으로 더 명확하게 새로운 매력을 끄집어냈다.

    - 완성된 영화가 기대만큼 나왔는지?
    원래 기대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일회일비 하지 않는 중용의 미덕을 터득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실망하는 것보다 낫지 않나. 시사회 때 김상호 형과 영화가 재미없으면 뒤도 보지 않고 돌아가기로 했는데 다행히 만족스러웠다. 대사와 대사 사이가 매끄럽고 맛깔나게 편집이 잘 됐다.

    -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감옥에서 온 편지'라는 부제가 주는 서정적이면서도 스릴러 같은 느낌이 좋았다. 이영화는 완벽한 캐스팅 플레이가 아니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환호했다.
    -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에 들어갈 때만 해도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시류를 잘 탄 것 같다. 다른 영화와 비교될 만한 게 없다. 강자와 약자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필연적인 관계의 상황에 따라 극이 흘러간다. 뭔가를 일부러 펼쳐놓고 시작하는 사건이 아니다. 필재에게 맞춰지다 보니 경쾌하고 통쾌한 영화가 되었다.

  • - 신구와 할아버지-손자 관계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는데…
    신구 선생님과의 호흡은 환상이었다. 전혀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선생님이 대사를 던져주시면 리액션을 하는 정도였다. 신구 선생님은 사물처럼 그 자체이고 존재감만으로도 꽉 찼다. 짧은 출연임에도 할배 역에 흔쾌히 수락해주셔 감사했다. 나는 그냥 묻어갔다.

    - 최근 '남남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현장에 여자가 없어서 스태프들이 더 아쉬워했다. 분위기가 칙칙했다. 40대 남자 배우가 주를 이루다 보니 거기에 맞춰서 시나리오가 많이 씌어지는 것 같다. 내가 남자들과 성향이 더 맞는다. 하지만 좋은 로맨틱 코미디가 있으면 추천해달라.

    - '조선명탐정' 오달수와 '특별수사' 성동일과의 호흡이 좋다. 두 배우의 매력을 꼽는다면?
    오달수 형은 보호해주고 싶은 남자다. 다소곳 하면서 나만 바라보고, 아픈 곳은 어루만져 주고 싶다. 둘 다 동물 같은 호흡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달수 형은 애드리브를 하지 않고 타고난 감각으로 사람들을 웃긴다. 성동일 형은 테이크를 갈 때마다 매번 다른 대사를 던진다. 긴장하게 만들고 기대하게 만든다. 본능적으로 연기하고 자유자재로 웃기고 울리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 - 액션신이 많았는데,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 있다면?
    목 졸림을 당하는 목용탕 신에서 울컥했다. 컷을 안 하는 감독님 때문에 콤마 직전 상태까지 갔다. 정말 죽을 뻔 했다. 배우에게도 한계치가 있는데, 그 선을 넘어가면 이성을 상실한다. 그 신이 그랬다. 손이 아닌 수건을 돌려서 목을 조르니까 배우 상태가 어떤지 감독이 못느꼈던 것 같다.

    - 배우 김향기와 연기한 소감은 어떤가?
    김향기를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작품을 보지 않았다. 향기를 알고 싶어서 사적인 자리를 만들어 만났다.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절대 안 넘어오더라.  그 나이 또래에 완전히 다른, 순수함이 큰 무기인 아이다. 어떤 난감한 상황에도 거짓말을 못하고 해맑게 웃기만 한다. 그런 아이가 연기를 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더라. 맑은 눈빛과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진정성이 좋았다. 나중에 대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 늘 따라다니는 '연기 본좌'란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연기 본좌이지, 그 타이틀은 머릿속에 지운지 오래다. 징그럽게 따라다녔다. 당하는 내 입장에서는 괴롭고 민망하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수식어가 필요 없다. 송강호, 최민식 선배님 앞에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이름 석자만으로 가치가 입증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요즘 날도 현실도 답답하지 않나. 영화를 보고 가슴 속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오히려 영화 같지 않아서 더 해갈되고 통쾌하지 않을까.
  • [사진=뉴데일리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