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광화展'의 포문을 여는 연극 '남자충동'이 걸쭉한 목포 사투리와 함께 더욱 살벌하게 돌아온다.

    극작가 겸 연출가 조광화는 올해 연출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조광화展'을 개최한다. 기념전은 그의 대표작 '남자충동', '미친키스'부터 신작 독회까지를 포함한 장정시리즈와 뮤지컬 콘서트 '리플라이'로 이어진다.

    그 첫 작품인 '남자충동'이 2월 16일부터 3월 26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남자충동'은 가부장으로 대표되는 '강함'에 대한 판타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폭력성과 그로 인한 파멸의 과정을 120분간 밀도 있게 그린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CJ아지트에서 진행된 연극 '남자충동' 연습실 공개 현장에는 배우 류승범, 박해수, 손병호, 김뢰하, 황정민, 송상은, 전역산, 문장원, 박광선 등이 참석해 주요 장면을 시연했다.

    "나 이름이 장정이여. 이! 장! 정! 튼튼허고 기운좋은 으른 되라고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여. 이장정."(프롤로그) 2003년 '비언소' 이후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 류승범은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를 우상화하는 조그만 폭력조직의 보스 '장정' 역을 맡았다.

    "처음 장정 역 제의를 받고 배우로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작업하면서 연출을 비롯해 모든 배우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대본을 보는 내내 작품이 무대에 올라갔을 때 머릿속에 상상이 되면서 굉장히 해보고 싶었다."

  • 류승범과 함께 '장정'으로 분하는 박해수는 '육룡이 나르샤', '푸른 바다의 전설' 등에 출연하며 브라운관에서 활약하고 있는 연극계의 베테랑이다. 2010년 '풀 포 러브'라는 작품을 통해 조광화 연출과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프랑켄슈타인', '됴화만발'을 거쳐 '남자충동'까지 조 연출과 깊은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20주년 기념 공연에 참여해 굉장히 감사하다. '남자충동'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제 나이에 가능한 작품일까' 많은 생각을 하며 두려워했다. 하지만 류승범 선배와 같이 하며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고 배우고 있다. 오랜만에 다시 연극을 하게 돼서 감사하고 이 자리가 기쁘다."

    최근 김기덕 감독의 영화 '그물'에 출연 후 휴식기를 보내고 있던 류승범은 '남자충동'의 대본을 보자마자 작품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했다. 스크린을 벗어나 연극이라는 낯선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 그는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답게 역할에 대한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며 이미 '장정' 캐릭터와 하나가 돼 있었다.

    "연극 예술이란 어떤 것일까. 예전에 호기심으로 대학로에 온 적이 있다. 당시에는 어떤 곳인가 구경을 왔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연극을 체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 작품을 통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황영희 배우가 목표 출신이라 개인적으로 사투리 구사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대본이 정확하고 맛있게 쓰여졌다고 생각한다. 대본 위주로 연습하고 있다."

  • '남자충동'은 1997년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의 호평 속에 제21회 서울연극제 희곡상, 1998년 제3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 제34회 백상예술대상 희곡상·대상 등을 휩쓴 수작으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조광화 연출은 "이 작품이 초연할 때 비슷한 시기에 영화 '넘버3', '초록물고기'가 개봉했다. 조폭을 폼 나고 멋있게 표현하기 보다 낮은 위치의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로 공감을 얻었다. 주변에 폭력들이 난무하고 강자들이 센 척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류에 편승하지 못하고 좌절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폭력이 너무 많은 사회가 되었다. 남자들의 권위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가부장적인 속성들이 오히려 더 무섭게 망령처럼 숨어있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폭력을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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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