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내려놓기, 인적청산 등 달라진 모습 보여주려 진보 진영 주장까지 가져다 쓰기
  • ▲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쇄신안을 발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되레 보수 가치와 멀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눈 덮인 국회의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각각 쇄신안을 발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되레 보수 가치와 멀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눈 덮인 국회의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물론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까지 정통 보수 지지층 끌어안기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구심점을 잃어버린 보수 지지층에 차별화된 모습으로 어필하겠다는 의도이지만, 각 당의 혁신의 방향이 보수와 멀어지면서 지지층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른정당은 최근 당내 회의에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새누리당과 차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30·40대의 보수색을 가진 중도층을 잡기 위해 새누리당과 다른 색깔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특권 내려놓기' 관련 아이디어들이 눈에 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국회의원 4연임 금지'를 제안했고,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를 35세 이하 청년으로 뽑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발의된 바른 정당의 '1호 법안'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바른 정당은 유승민 의원의 대선 공약인 '육아휴직 3년 법'을 비롯한 ▲국회의원 소환법 ▲대입제도 법제화 ▲아르바이트 보호법 등을 내놨다.

    국회의원 소환법 또한 특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국회의원이 비위 또는 국가 안보에 저해되는 행위를 했을 때 국민이 소환해 탄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아르바이트 보호법은 고용보험 가입에 선택권을 부여해 가입한 사람에게 18개월 동안 90 일만 근무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육아휴직법은 급여액을 현행 통상임금의 40% 수준에서 60%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민간부문의 일반 근로자에게도 적용하기 위한 법이다. 현재는 교사나 공무원 등 공공부문에서 최장 3년을 쓸 수 있게 돼 있다.

    대학입시제도 법제화는 변덕스러운 대학입시제도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골자다. 토론회나 전문가 간담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다음, 대선 공약 등으로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4·13 총선에서 논란이 됐던 '우선추천' 제도 역시 바른 정당에서는 폐지키로 했다. 당 지도부가 자기 세력을 심는 데 악용됐다는 비판 속에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특권을 타파하는 모습으로 보수를 지지해온 유권자의 마음을 잡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역시 4·13 총선 패배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반성과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하면서 우선 인적 청산에 메스를 댔다.

    지난 20일에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당원권 정지 3년, 윤상현 의원에게는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결정하기도 했다.

    22일에는 정책 쇄신안 발표 또한 앞두고 있다. 이날 발표될 쇄신안은 비정규직·최저임금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의원 등 징계를 받은 당사자들이 반발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기미를 보이자 이에 얽매이지 않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은 반성·다짐·화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그간 새누리당의 정책이 국민과 떨어진 면이 있었다"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각 당의 쇄신의 방향이 정통보수와는 더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바른 정당과 새누리당을 막론하고 쇄신의 내용이 진보진영의 정책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성장중심 위주의 정책을 지지해온 기존 정통 보수 지지층과 결이 다른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새누리당 소속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모두 전통적 지지층이 야권을 지지하지는 않으리라는 전제하에 중도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 싶다"면서 "대선 전략의 일환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보수적 가치가 실종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한편, 최근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사드배치 등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전통적 지지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8일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진행된 한 토론회에서 "사드 배치에 관련된 주변국 문제는 외교로 해결하면 된다"면서 "안보는 잃어버리면 끝"이라고 했다.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야권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