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각각 다른 세 단체와 모두 화기애애…총장 때 행보가 영향 끼친 듯
  •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기독교 단체 세 곳을 찾아 국민대통합을 위한 자문을 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신천지', '동성애' 등 자신을 향한 루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4일 기독교 단체 세 곳을 찾아 국민대통합을 위한 자문을 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신천지', '동성애' 등 자신을 향한 루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독교 단체를 잇달아 만나 국민 대통합을 위해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신천지', '동성애' 등에 대한 세간의 소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오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반 전 총장은 우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만난 자리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사회의 평화와 화해를 도모하는 데 있어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종교가 개인의 어떤 종교관보다 좀 더 공익적 측면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통령에 탄핵 소추라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진행 중이고, 정치인들은 자기 당리당략에 매몰돼 갈라서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국민도 계층·세대·이념·지역 간 틈이 좁혀지지 않고 젊은이들이 실의에 빠져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19세기 말·20세기 초에 한국 근대화에 있어 서양의 선교사들이 들어오면서 많은 기여를 했다"면서 "이에 현재 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종교지도자들에 좋은 말씀을 듣고자 찾아뵈었다"고 했다.

    여기에 김영주 목사는 "금년이 마틴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라면서 "(올해는) 종교 개혁뿐 아니라 정치사회 경제 전반 개혁의 해"라고 화답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는 근본적으로 이웃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면서 "정치 이야기를 하셨는데 사적 공간에서 권력을 사용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권력을 공적 공간에서 공평무사하게 헌신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기대하지만 번번이 좌절되면서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최순실 사태'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는 "정의에 기반을 두지 않은 평화는 의미가 없다"며 "신세 진 게 많으니 돌려준단 생각 하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기독교 단체 세 곳을 연속으로 만났다. 그는 세 곳 모두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기독교 단체 세 곳을 연속으로 만났다. 그는 세 곳 모두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 전 총장은 이어 한국기독교총연맹과 만나서도 대담을 나눴다. 한국기독교총연맹의 대표회장을 맡은 이영훈 목사는 "기독교는 보수적인 세력이 짙어 진보적인 입장도 함께 대변돼야 한다. 조화를 이루는 데에 있어서 신경 써달라"면서 "약 200만 다문화 가족들 이런 계층에 관한 관심을 더 가져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한국 사람은 열정이 강해 우수한 사람은 대단히 우수하다"면서도 "열정과 배려하는 마음이 같이 가야 건강한 시민 정신이 된다"고 언급했다. 소외계층을 보듬어야 한다는 뜻에 동의하면서 정치 교체 메시지도 함께 전달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통치 대신 협치를 하면서 권력을 나눠 가질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이용규 목사는 "교계에서 동성연애관계를 절대 반대하는데, 총장님께서 동성연애를 지지한다는 유언비어가 많으니 한 말씀을 부탁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말씀할 기회를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면서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들의 인권과 인격이 차별받는 것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대한민국 국가위원회 인권법에도 소수성에 대한 차별은 금지된다. 유엔 결의도 있다"면서 "다른 특정한 행위를 인정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목사는 "반 총장이 해명하실 때 그분들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치유의 대상이라 생각된다고 말씀하시면 깔끔하게 정리될 것"이라며 "앞으로 그런 문제를 한기총과 잘 상의해 이야기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기독교 단체 세 곳을 연속으로 만났다. 그는 세 곳 모두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교회협회를 만난 자리에서는 '신천지' 등 종교 관련 내용이 나왔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세계여성평화그룹의 김남희 대표와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신천지'와 관계가 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정서영 목사가 "최근에 신천지와 사진을 찍지 않으셨냐"면서 "이슬람 신앙 역시 한국 올 때 무서운 것도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반 전 총장은 "매년 3월 8일이 여성의 날인데 여성지도자들이 많이 오고, 상당수의 사람이 저와 사진을 찍자고 한다"면서 "아마 수 만 명이 될지 모른다. 그중 하나가 그 사람이라는 걸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어디서 왔냐, 뭐 하는 사람이냐 이런 것을 확인할 길이 없다"면서 "만나겠다는 사람을 다 만나다 보니 생긴 문제"라고 거듭 해명했다.

    반 전 총장의 기독교 단체 방문은 1시간 30여 분간 세 곳에서 차례로 이뤄졌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정치적 색채가 조금씩 다른 세 단체 모두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종교 관련 루머를 명확히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그간 현장 방문마다 새로운 루머가 불거졌던 것에 비하면 득이 큰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반 전 총장의 사무총장 시절 행보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 전 사무총장은 총장 시절 분쟁지역을 자주 찾아다니며 자유·인권을 강조한 행보를 지속해서 한 바 있다. 한 사석에서 그는 취재진에 '코트디부아르' 내전 사태를 끝낸 일화를 설명하면서 "우아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이 나를 보면 무척 좋아한다"고 설명한 바도 있다.

    반 전 총장이 그간 보수색을 드러내면서도 약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등 기독교적 시각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기독교는 다른 종교보다 보수색채가 강한 종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반 전 총장이 기독교 단체를 먼저 찾은 것도 보수층에 먼저 다가가기 위한 제스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그는 이날도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김한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등 제3지대 인사들과 접촉을 계속하는 모양새다.

    이도운 대변인은 반기문 전 사무총장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설이 지난 뒤 다시 만나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논의하기로 했다"면서 두분이 3지대에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