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가 필요하지만
     
    김동길 / 연세대 명예교수

      


  • 해방이 되고 이승만이 망명생활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몽양 여운형은 조선총독부로부터 ‘건국준비위원회’를 위임받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좌익 세력을 한 데 묶은 뒤 여운형은 이승만에게 ‘좌우합작’을 제의했습니다. 공산주의와 공산당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이승만은 ‘공산당과의 합작’을 일언지하에 거절하였습니다. “좌우합작은 안 됩니다”

    여운형은 극우도 극좌도 배제하는 중도노선을 선택했지만 어느 쪽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마침내 1947년 혜화동 로타리에서 괴한에게 피살되었습니다. 누구나 상대하여 대화가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한말의 풍운아 김옥균은 홍종우와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고 중국 상해로 갔다가 어느 양행의 2층에서 자객의 손에 피살되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에 가지 않고 곧 평양으로 가서 김정은과 면담하겠다는 대통령 지망생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은근히 걱정입니다. 국민은 그를 향해 “곧 미국으로 가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소리를 서슴지 않고 하는 겁니까?

    김정은과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과연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요? 그의 주변에는 무슨 말이건 그가 하는 말을 속기사처럼 받아 적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와 대화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김정은과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의 정신 상태를 나는 의심합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