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서 초·중·고 나왔으니 진골은 되지 않겠느냐" 민심 구애 행보
  • 홍준표 경남도지사. ⓒ부산=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 ⓒ부산=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범(汎)보수,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으로부터 '대망론'이라는 동남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대권 도전 여부를 놓고 주목을 끌고 있는 홍준표 지사가 직접 "영남 민심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대권 플랜'의 조건을 밝힘에 따라, 향후 동남발 '대망론'이 불어올지 여부에 촉각이 쏠린다.

    홍준표 지사는 23일 오후 대구광역시청 초청특강에 앞서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출향 인사까지 합치면 대한민국 인구의 3분의 1이 영남"이라며 "대선 출마 여부는 영남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고 결정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특강 직후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한 대구시민의 질의에도 "영남 정서, 특히 TK(대구·경북) 정서가 수렴이 되면 그 때 생각하겠다"고 답했다.

    홍준표 지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정치적으로 범보수 진영에 속한다. 범보수 진영을 대표해서 대권에 나서려면, 보수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 특히 TK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현 시점에는 TK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보수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영남 출신이 아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4·13 총선 때 출마했던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이 돼서 본진을 확실히 천도(遷都)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뜻대로 되지 않아 경북 영천 출신이라는 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원유철 전 원내대표·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도 영남 출신이 아니다. 유력 대권주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만이 부친 대에서부터 이 권역에서 내리 정치를 한 정통 TK 출신이지만, 기이하게도 이 권역 보수층의 강한 '비토'를 받고 있어 지지세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 범보수 진영의 핵심 지지 기반에서 일종의 정치적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홍준표 지사는 이 공백 지대를 차지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갈량이 저절로 동남풍이 불어오기를 기다리지만은 않았듯이, 홍준표 지사의 최근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전날 부산에서 특강을 한데 이어 이날 대구, 그리고 내일은 울산광역시에서 특강을 진행한다. 모두 영남 권역에서도 홍준표 지사와 연고가 있는 곳들이다. '대망론'이라는 동남풍을 스스로 불러일으키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날 대구광역시청에서의 특강 분위기도 대구 민심을 향한 적극적인 구애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농후했다.

    홍준표 지사는 대구광역시청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이날 특강에서 △신천초등학교와 신암초등학교를 다녔던 2~3학년 시절 △"아버지를 설득해서 보리쌀 한 말을 지고 들어갔다"는 영남중학교 진학 △서문시장 화재 때 경남도에서 의연금 1억 원을 내게끔 했던 비산동 자취 시절의 추억 등을 소상히 언급했다.

    "중학교 다닐 때 대명동에서 걸어서 반월당까지 가는데 TV안테나가 두세 개밖에 없던 시절이라, 그걸 세면서 걸어다녔다"며 "일곱 살까지만 태어난 곳(창녕)에서 살았고, 나머지 젊은 시절을 전부 보낸 곳이 대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TK에서 초·중·고를 나왔으니 성골은 못 되더라도 진골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며 "특강이라면 특강일 수도 있지만, 고향 분들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다녀간다"고 허리를 굽혔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에 대한 평가에서도 TK 민심 잡기의 의도가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TK 권역은 황교안 대행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는데, 홍준표 지사는 이날 특강에 앞선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황교안 대행을 극찬했다.

    현실적으로 황교안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굳이 견제를 하기보다는 칭찬을 함으로써 그 지지층으로부터 호감을 사서 불출마 시의 '이삭 줍기'에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준표 지사는 이날 황교안 대행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는 기자단의 질문에 "청주지검에서 1년 동안 초임검사를 같이 해서 잘 알고 있다"며 "훌륭한 분이고 바른 분이고 정의로워, 능히 대통령이 돼도 국정을 감당할 수 있는 분"이라고 추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