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고영태 녹취록 분석.."측근·A기자와 사전 모의한 정황 발견"
  • ▲ 검찰 출석한 고영태 ⓒ 정상윤 기자
    ▲ 검찰 출석한 고영태 ⓒ 정상윤 기자


    더블루K의 이사로 재직하며 '비선실세' 최순실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고영태가 측근과의 대화에서 "컴퓨터 한 방이면 터뜨릴 수 있다"며 JTBC가 단독 보도한 '태블릿PC'를 연상케 하는 말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수현(전 고원기획 대표)이 측근들과의 전화통화를 녹음한 녹취파일을 분석한 한국경제신문은 22일 "고영태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기획하면서 컴퓨터를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고영태와 측근들은 자신들이 기획한 '사익추구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언론을 이용, 차은택 감독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공격하기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고영태 일당이 '컴퓨터'를 이용해 최순실까지 '한 방'에 보낼 계획을 짠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한국경제신문은 "이 같은 정황이 고영태가 앞서 측근과의 통화에서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해 '(정치적으로) 박근혜(대통령)를 죽이자'고 모의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한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경제신문은 "고영태의 비서 역할을 했던 김수현이 지난해 7월 4일 류상영(전 더블루K 부장)과의 전화통화에서 '걔(박근혜 대통령)한테 받을 게 뭐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볼 땐 없다. 그것(박근혜 대통령)을 죽이고 다른 쪽하고 얘기를 하는 게 더 (이익이)크다고 본다'는 말을 했었다"고 폭로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고영태 일당은 박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죽이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모 언론사 기자 A씨와 협력하자는 계획을 짰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태는 A씨의 언론사가 차은택 감독의 늘품체조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이후인 지난해 7월11일 김수현과의 통화에서 "좀 더 강한 거 나왔을 때 그때 한꺼번에 터뜨리고 싶다"며 "그래야지 한방에 죽일 수 있다. 이렇게 찔끔찔끔 흘려봤자 도망갈 기회(만 준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 더 큰 게 터뜨릴 수가 있어. 그냥 컴퓨터 한 방이면 터뜨릴 수 있어.


    또한 김수현은 7월 4일 류상영과의 통화에서 "영태형이 '그거(최순실 의상실 폐쇄회로TV 영상) 뽑아가지고 컴퓨터에 넣어놨는데, 컴퓨터 다 가져간 게 수현이다'라고 (A기자에게) 얘기한 것 같다"며 또 다시 '컴퓨터'를 언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경제신문은 "또 다른 녹음파일에는 고영태와 측근들이 '컴퓨터 파일'을 준비한 뒤 그 중 일부 내용을 지난해 6월 중순께 A기자에게 전달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며 "해당 파일에는 김종 전 차관과 관련된 각종 의혹이 포함돼 있는 것은 물론, 6월 20일 A기자가 김수현과의 9분여 통화에서 김수현로부터 건네받은 파일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장면도 나온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국경제신문은 "복수의 녹음파일에 따르면 고영태와 측근들은 차 감독과 김 전 차관을 모두 무너뜨릴 계획을 짰는데, 이는 자신들이 소장이라 부르는 최순실이 자신들이 아니라 차 감독과 김 전 차관 등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파일에는 고영태와 측근들이 계획을 실행한 이후 '역풍'에 대비하자는 모의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0일 고영태가 김수현과의 통화에서 "A기자는 뭐든지 까면 끝이지만 이 사람은 다치면 안 되니까 최대한 조심해서 해야지"라고 말하자, 김수현은 "그 사람은 정말 열심히 일한 것으로 해 가지고 차 감독한테 뒤집어씌우면 된다고 본다"며 "(컴퓨터가 문제되면) 중간에 누가 가져가서 오픈한 것으로 해서 어찌됐든 (A기자는) 최대한 피해자로 만들면 된다"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