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12일 서울 종로구 JTN아트홀 1관에서 진행된 연극 '선녀씨이야기' 제작발표회에서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에 가수 이지상이 곡을 붙인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노래가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연극 '선녀씨이야기'의 주제가로 각박한 현실 속 덧없고 쓸쓸함을 드러내며 듣는 이들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는 작품 속 어머니 '선녀씨'의 외로움이자 한 인간으로서 누구나 감당해야 하는 존재의 외로움이다.

    이날 최민선 프로듀서는 "지난해 나라가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었다. 지금 필요한 정서가 치유와 힐링이다"며 "살다 보면 우리가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부모님, 어머니의 사랑도 그렇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공연 관람 후 부모님께 전화 한통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녀씨 이야기'는 경남 거제 지역 유일의 연극단체인 예도의 대표 창작품으로, 15년을 밖으로 떠돌다 영정사진 앞에 선 아들 종우의 시선에서 바라본 어머니 선녀씨의 삶과 현대 가족사회의 이면을 보여준다.

  • 작가이자 연출을 맡은 이삼우 감독이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2012년 전국연극제 대상과 희곡상, 연출상 등 5관왕을 수상했다. 2013년에 이어 올해 공연에는 배우 최수종(종우 役), 선우용여(어머니 선녀 役), 윤해영(젊은 선녀 役), 한갑수(아버지 役) 등이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이삼우 연출은 "주연 배우들과 무대가 전체적으로 바뀌었다. 대단하고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 영광이다"면서 "이 연극은 절대로 슬프고 눈물만 있는 게 아니다. 작품 안에 코미디 요소도 있다. 최수종 배우의 연기 변신이라고 하는데, TV에서 보여진 대로 뼛속까지 바른 사람은 아니더라"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극 '안중근' 이후 8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최수종은 "배우라면 어떤 작품을 하던지 설레고 긴장되는 것은 똑같다. 4년 전에 직접 공연을 봤다. 참 감동이었다. 당시 만난 배우들에게 '글을 잘 썼고 연출이 좋았다. 연극을 하게 되면 이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초등학교를 부산에서 나왔다. 제2의 고향인 경상도 사투리로 연기하면서 '최수종에게도 저런 면도 있구나'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어머니와 가족사의 내면의 세계를 종우의 입장이 아닌 관객의 시선에서 대변한다. 종우만 등·퇴장이 없다. 끝까지 무대 위에서 관객과 함께 있다"고 덧붙였다.

  • 어머니 '이선녀' 역의 선우용여는 올해로 데뷔 53년 차이다. 그는 평생 한사람의 아내이자 3남매의 어머니로만 살다가 끝내 별이 되지 못한 '이선녀'로 분해 관록 넘치는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극중 선녀씨는 자식들을 향해 울거나 한탄하지 않는다. 눈물을 보이지 않고 흘러간 옛날 이야기처럼 담담하게 감정을 드러낸다. 작년에 뇌경색이 잠깐 왔다. 새롭게 태어나 유치원생으로서 하나씩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지만 연출이 이끌어주고 최수종이 잘 받쳐줘서 지금은 편하고 푸근해졌다."

    최수종은 "선우용여 선생님이 2년 전에 아프셨다. 그런데 저보다 대사량이 훨씬 많음에도 다 외우셨다. 제가 관객의 입장에서 푸는 이야기들이 많은 반면에 어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모든 이야기를 다 한다. 몸짓과 말짓에 하나하나 배우고 따라가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해 오히려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전하며 울먹였다.

    윤해영은 선우용여가 맡은 '이선녀'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며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한다. "연극은 NG를 내면 안 된다는 부담이 있고, 처음이라 긴장되지만 기대된다. 연극을 꼭 하고 싶었고,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배우로서 관객과 호흡하고 제 모습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소통을 갈망했다."

    연극 '선녀씨이야기'는 5월 6일부터 2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