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홍준표·바른당 이혜훈과 조율이 중요… "주고받을 것 마땅찮다"는 분석도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오찬간담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5부요인 오찬간담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설명 회동을 계기로 꽉 막혀 있는 청와대와 국회 사이의 관계가 풀릴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5부 요인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양승태 대법원장·김이수 헌법재판소장권한대행·이낙연 국무총리·김용덕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참석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자리하긴 했지만, 이것으로 '국회'에 순방 성과를 설명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야 정당 지도부를 초청해 순방 성과를 설명해야 진정한 대(對)국회 설명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중요한 순방 일정 직후에는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외치(外治) 성과를 설명하면서, 이를 명분삼아 주요 법안의 처리나 예산안 협조 등을 당부해왔다.

    마침 국회 상황은 꽉 막혀 있다. 귀국하자마자 극단을 향해 치닫는 정쟁이 순방 성과를 가리는 것을 우려해 장관 임명 강행도 미뤘다. 순방 성과 설명 회동을 통해 정국의 해법을 모색하기에 적기인 셈이다.

    문제는 회동이 이뤄질 수 있느냐, 이뤄진다면 언제 누구와 하느냐는 점이다.

    이는 청와대 정무라인과 야당 사이의 소통을 통해 조율해야 할 문제다. 이번 주중에 조율이 되면 회동이 열리겠지만, 조율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아예 무산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귀국한지 한참이 지나서 때늦은 '순방 성과 설명 회동'을 하는 것도 억지스럽기 때문이다.

    '조율'이란 결국 주고받기의 문제다. 여야 지도부를 초청하는 청와대의 입장에서도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김이수 헌재소장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부의, 기타 장관후보자와 관련해 받고 싶은 것이 있지만, 회동에 참석할 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합의의 성과물'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특히 회동에 참석한 직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몇몇 장관에 대한 임명장 수여를 강행해버리면, 야당 지도부로서는 청와대의 '명분쌓기'만을 위한 모임에 들러리를 선 꼴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약속이 있어야 하는데, 인사 문제는 대통령 본인의 뜻과 결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청와대 정무라인으로서도 선뜻 약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 부분이 '조율'의 최대 난항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둘러싸고 치열한 물밑교섭이 전개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일 회동이 이뤄진다면 청와대에서 누굴 초청하느냐, 바꿔말하면 누가 회동에 들어가느냐도 관심이다.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둘 다 부를지, 혹은 대표만 부를지, 아니면 원내대표만 부를지의 문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라는 두 보수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최근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한 상황이다. 상견례 차원에서 보면 새로운 대표를 초청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

    그러나 아직 국민의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직전 정권에서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특정 정당이 비대위 체제라는 이유로, 당대표의 초청을 미루고 원내대표만을 대상으로 회동을 가졌던 적이 있다.

    원내대표를 초청하면 서로의 격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김동철·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초청 대상이 된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인사·추경·정부조직법 등이 모두 원내 협조를 요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내심 원내대표를 불러 협조를 당부하고 싶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야당에서 초청에 응할 실익이 크지 않다.

    원내대표를 상대로 순방 성과를 설명한다는 것도 이상하니 진의가 협조 당부에 있다는 것은 명백한데, 일방적인 '당부 말씀'만 듣고 돌아와서는 당에서 면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청와대에서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줄 것'도 마땅치 않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둘 다를 부를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4당 체제라 참석자가 너무 많아져 심도 있는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원내교섭단체가 아니지만 청와대에서 계속 불러왔던 정의당 이정미 대표까지 부른다면 이미 마이크를 써서 서로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단순한 만남에 의의를 둔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정국 상황이 간단치 않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청와대에서는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여야 지도부 초청 순방 설명 회동 성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듯 하지만, 막상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다.

    조율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순방 성과를 설명할 시기 자체를 놓치면서 회동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청와대가 논란에 휩싸인 장관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정국은 다시 한 차례 꽁꽁 얼어붙는 방향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여야 대표들을 모셔서 말싸움만 할 수도 없으니, 회동은 우리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사전에 어느 정도 조율이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자리만 앉혀놨다가 모양새가 더 안 좋아지면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