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근로자 출신 탈북자 “일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자격 제한하면 모집 힘들 것”
  •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해외 파견 근로자들의 탈북이 곳곳에서 일어나자 북한이 ‘출신 성분이 좋은 평양 시민들’만 해외 파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8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2016년 4월 중국에서 발생한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귀순을 계기로 해외 파견 근로자는 가정 토대(출신성분)가 좋고, 자녀가 북한에 남아 있는 평양 시민만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식통은 “지난 5월부터 대외건설총국에서 시행하던 러시아 파견 건설 근로자 모집이 대폭 축소되었는데, 현재 지방에서는 모집을 중단했고 평양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러시아에 파견되는 북한 근로자들은 대개 벌목, 건설 현장 등 외화벌이 사업에 종사하는데, 특히 블라디보스토크에는 건설 공사가 꽤 많아 북한 근로자들이 주요 외화벌이를 맡고 있다”면서 “해외 파견 근로자 모집대상을 평양 시민으로 한정하자,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우리 기업소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가 2,000명에서 500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들은 러시아 인력 소개소를 통해 작업장을 배정받아 왔는데 한 달 일하고 월급으로 250~300달러 정도 받는다”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인건비를 조금 더 받는 자리를 구한다 해도, 월급 대부분은 당국에 바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기업소 내부 규정에 따르면 월급의 70%를 노동당에 충성자금으로 바치고 나머지만 근로자가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근로자가 가져가는 30% 가운데 조별 숙식비 등을 쓰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으며, 조금이나마 남는다고 해도 술·담배 값도 되지 않는 수준이어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소식통은 “북한 근로자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어느 때보다 강화됐다”며 “최근에는 각 작업반과 조별로 보고체계를 만들고, 식사시간과 장소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 6월 초 북한 근로자 3명이 작업 현장에서 탈출하려다 인근에서 체포됐다”며 “북송된 그들은 해외로 파견나온지 3년이 넘었지만 가족들에게 한 번도 송금을 하지 못해 탈북을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점점 더 열악한 환경에서 노예 같은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 파견 근로자 모집 자격을 대폭 강화했다면, 모집 자체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러시아 파견 근로자 출신 탈북자의 의견을 곁들였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러시아 소식통들의 말대로라면, 북한 김정은은 근로자 파견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보다는 자신의 권력과 체제 유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제사회의 압력 가운데서도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는 국가나 기업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런 국가나 기업의 근로환경은 매우 열악해 평양 시민들이 이런 곳에서 일했다가는 ‘탈출’이 예전보다 더욱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