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시대착오적" 강경론... 바른정당·국민의당 '신중론'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자 정치권 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불황 위기, 대규모 파업과 같은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과도하게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반대 측의 주장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를 하더라도 (법인세 인상) 대상은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며 조세정책 방향에 대해 밝혔다. 증세 논의에 대한 불씨를 키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과표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 법인세율 25%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강효성 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현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낮추겠다고 공언하는 등 대기업에 대한 전 세계적인 감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정책 추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강효상 대변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회원국 중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5개국에 불과하며 18개국은 오히려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려 좋은 기업들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이 추세"라고 강조했다.

    전희경 대변인도 "(정부와 여당의 방침은) 포퓰리즘 정책의 수습책으로, 전 세계가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데 우리만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그 뒷수습책으로 증세 논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희경 대변인의 말처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법인세율은 200030.2% 200823.9% 201622.5%로 점점 완화하는 추세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OECD 회원국별 법인세율 조정 추이를 보면 인하한 나라가 18개국이나 된다.

    영국은 201028%였던 세율을 201520%로 인하했다. 2020년까지 세율을 15%까지 낮출 방침이다. 일본도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200830%였던 법인세율을 3차례 인하해 지난 2016년부터 23.4%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도 33%였던 세율을 200825%로 대폭 낮췄다.

    이러한 흐름에 한국도 그동안 법인세율을 낮춰 왔다.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34%이던 법인세율을 김영삼 정부가 199628%로 낮췄다. 김대중 정부는 200227%, 노무현 정부는 200525%, 이명박 정부는 200922%로 낮췄다.

    물론 법인세의 경우 세율만을 놓고 '높다, 낮다' 평가하기는 어렵다. 세율에는 감면 내용이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국은 법인세율이 25%이지만 감면 등을 통해 대부분 15%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평균치와 거의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높은 편'으로 알려졌.

    한국은 총 조세 가운데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OECD 국가 가운데 3, GDP 가운데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OECD 국가 가운데 5위다.

    법인세율 완화라는 세계적 추세에는 해외 기업을 유치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전략이 맞물려 있다. 반대로 세율을 높이게 되면 자국의 기업들이 경영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해외로 본사를 이전할 수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법인세 인상은 대기업의 투자 축소와 해외 탈출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미 해외 사례를 통해 경고가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이탈리아 국민차 브랜드인 피아트는 201410월 미국 크라이슬러와 합병한 후 법인세가 낮은 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겼다. 등기상 본사는 네덜란드에, 세법상 주소지는 영국에 두기로 결정했다.

    또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도 고율의 법인세를 피해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라리는 실질적 본사를 이탈리아에 두고 법인세는 본국에 내고 있지만 법인 등록은 네덜란드로 옮겼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반기업정서가 강한 대표적인 나라로 분류된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 인상 등 증세 문제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바른정당은 최근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국정과제 발표 당시 어디에도 증세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면서 "대선 당시에도 우리 바른정당 후보가 재원에 대해 물었지만 대책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증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재원 마련 등을 위해서는 세입 증대가 필요하고 그 일환으로 증세를 하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문재인 정부의 무책임한 증세론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돈이 필요한데 없으니 세금을 걷겠다는 것은 안 된다.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발표한 증세는 너무 성급하고, 이런 방식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금은 세계적으로 법인세를 인하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이렇게 성급하게 국민적 동의없이 추진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