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 우승…세계적인 오페라 스타로 부상

[인터뷰] 테너 김건우 "도밍고의 후배 향한 열정 본받고 싶어"

신성아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7.25 14: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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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노래만 잘 한다고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어요. 무대 밖에서 사람들과 음악적 프렌드십을 형성하고, 다른 나라의 역사와 철학,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2시간 가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테너 김건우(32)는 격식보단 소탈함 속에 유쾌하고 아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했다. 처음 만난 그는 호탕한 웃음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기자를 무장해제시켰다. 

2013년 국립오페라단 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은 김건우는 2016년 7월 멕시코 과달라하라 드골라도 극장에서 개최된 '오페랄리아 더 월드 오페라 콩쿠르'에서 남성 성악가 부문 1위와 함께 청중상을 받으며 일약 세계적인 차세대 오페라 스타로 떠올랐다.

오페랄리아 국제 콩쿠르는 '쓰리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76)가 젊은 성악가를 양성해 무대에 설 기회를 주기 위해 1993년 창설한 콩쿨이다. 국내에서는 베이스 연광철, 테너 김우경 등이 입상한 바 있다.

"대회에서 도밍고를 만난 후 들었던 생각은 '마음 편하게 연주만 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데 왜 이런 고생을 할까'였어요. 40여명의 대회 참가자들의 모든 리뷰를 2시간 동안 직접 해주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고 '후배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구나' 하며 많은 것을 느꼈죠. 저도 도밍고처럼 후배들을 위해 저만의 경험담과 노하우를 나누고 도움을 주고 싶어요."


김건우는 지난해 10월 2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에서 스페셜 게스트로 나서 국내 팬들에게 진가를 보여줬다. 그는 2018년 명 지휘자 만프레드 호넥과 협연하고, 2019년에는 세계 최고의 야외오페라무대인 프랑스 오랑주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기욤텔' 역할로 데뷔할 예정이다.

"멕시코 테너 라몬 바르가스는 벨칸토 오페라에서 발군의 가창력을 들려주는데, 부드러운 발성과 고음을 갖춘 미성이 매력적이에요. 발성적으로는 이탈리아의 프랑코 코렐리를 좋아해요. 30분만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목이 풀리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기회가 되면 샤를 구노의 '세레나데',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마스네의 '마농' 같은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김건우는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 중 하나인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발탁돼 오는 9월부터 2019년 7월까지 2년간 활동한다. 이 프로그램은 유망한 젊은 성악가들을 뽑아 2년 동안 노래, 연기, 언어 등 오페라 가수로서 필요한 모든 자질을 훈련시켜주고, 조역으로 로열오페라하우스 극장에 직접 설 기회를 제공한다.

도밍고 콩쿠르 우승 이후 유럽 무대에서 주목하는 테너 중 한명으로서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음에도 그의 선택은 예상치를 빗겨나 있었다. "화려해보이고 뭔가 어느 위치에 올라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 스스로 한계를 잘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 제게 온 많은 기회들과 우승은 인생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건우는 성악가로서 평탄한 길보다는 고비가 더 많았다고 한다. 예중·예고에 줄줄이 떨어져 일반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경희대 음대 성악과는 재수 끝에 들어갔다. 학창시절 오페라 무대에 주연으로 한 번도 서보지 못했으며, 수십 번의 콩쿠르에서 고배를 마셨다.

"유럽은 어렸을 때부터 오페라를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던 이들이에요. 유학시절 이 사람들보다 잘 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죠. 일단 대화가 통하고 그 나라의 문화를 알아야 음악적으로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그는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그램에 합류하기 위해 세계 7개 극장에서 온 러브콜을 취소해야 했다.

"학교는 학교이고, 극장은 극장이에요. 유명한 학교를 나온다고 해서 바로 그 다음이 연결되지 않거든요. 근데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은 학교이자 극장이에요. 수업도 정해진 시간표가 없어요. 선생님이 짜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좌를 만들어줘요. 다른 곳에서 경험하지 못한 무대 위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들을 배울 수 있죠."

쓰리테너(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 이후 신황금시대를 준비한다는 테너 김건우. 그의 새로운 도전에 힘찬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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