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지원 대책에 "턱 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어떻게 살라는 건가"
  • 전국지역 소상공인 대표단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전국지역 소상공인 대표단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전국 지역 소상공인 대표단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결연한 표정을 지은 소상공인들은 오른손 주먹을 꽉 쥐었다. 이내 큰 목소리로 “우리는 감당하지 못할 최저임금을 반대한다”라는 구호를 세 번 외쳤다. 우렁찬 목소리가 회의장에 밖까지 울려퍼졌다. 이들이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들이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최대 폭인 16.4%까지 올리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는 설명이다. 인건비 부담은 이제 그들에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전국지역 소상공인 대표단’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중회의실에서 ‘최저임금 관련 지역 소상공인 대표단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소상공인을 위해 공약을 여러 차례 약속한 것과 다르게 내년도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려 자영업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한 소상공인 대표는 “선거 때만 우리를 이용한 것”이라며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향후 문재인 대통령이 이들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피아식별이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원회 재구성과 내년도 최저임금 재심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이의신청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향후 이의신청 결과를 지켜보고 최저임금 인상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신청을 낼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와의 정면충돌을 예고한 셈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신설 △연대보증제 폐지 △중소벤처기업 고용문제 해결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 등 공약을 내걸어 영세상공업자들과 중소기업인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만난 조대주 부산광역시 지역회장은 “문재인 후보 당시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솔직히 말하면 소상공인들이 상당히 열이 받아 있는 상태”라며 “전국의 모래알처럼 흩어진 소상공인들이 의견을 모으며 집결을 하고 있고, 단체행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의 60%는 최저임금이 재협상되지 않을 경우 자영업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이라 우리는 결단한 마음으로 정부를 설득하고 안 되면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계화 서울시 종로구 지역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처럼 노조에 편에만 서서 최저임금 인상 폭을 앞으로 3년간 유지해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지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의견은 현재 다른 지역지부 회장들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태 경상남도 지역회장도 손 회장과 온도차이는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 정책에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임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전반적으로 너무 급히, 정책을 추진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면서 “최근의 사례로는 최저임금이 5~6% 오르던 게 갑자기 16.5%로 껑충 뛰었다”고 우려했다.

     

  • 홍종진 인천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지역 소상공인 대표단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홍종진 인천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지역 소상공인 대표단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소상공인 대표단은 이어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정부에 촉구했다.

    홍종진 인천광역시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 업종의 최저임금 차등화 도입과 더불어 우리 전국 지역 소상공인 대표단 일동은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화 방안 도입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한 시간에도 수백명의 고객이 찾아드는 상권 요지와 고객이 드문 벽지와는 상권의 가치와 임대료에도 차이가 있듯이 최저임금의 차등화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미국과 일본, 중국 독일 등 세계 주요 경쟁 강국도 지자체 별로 최저임금이 상이하게 결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종진 회장의 말처럼 일본의 경우 2017년 기준 도쿄의 최저시급은 932엔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오키나와는 714엔으로 이보다 218엔이나 낮다. 프랑스 역시 육아보조원, 간병인 등 특정 업종에는 일반 최저임금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이밖에 호주와 캐나다도 업종·직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게 책정돼 있다.

    홍 회장은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외면한 채 마치 소상공인들이 지불 능력이 충분한데도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악덕 기업주처럼 매도해서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의견 교환도 건전한 경제 환경 조성도 공염불로 그치고 말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은 정부정책의 반대만 하는 집단도 아니고 삶의 나라에서 위태롭게 버티는 영세한 업주들”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벼량 끝에 섰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2015년 국민연금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50대 이상 자영업자의 45%가 월 평균 수입이 1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사장이 알바생보다 소득이 더 적어지는 역전 현상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임금실태 분석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최저임금 1만원이 실시되면 근로자의 46.1%가 월 209만원을 받는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2,508만원이다. 반면 통계청의 자영업 현황분석 자료(2016년)에서 국내 자영업자의 51.8%는 연 매출이 4,600만원에도 못 미친다. 영업이익은 월 187만원이다. 고용주와 직원 간의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자영업을 그만두는 숫자도 늘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자인 개인사업자 폐업자 수는 2016년(73만9,420명) 대비 10만182명(13.5%) 늘어난 83만9,602명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대비 올해 5월 기준 도소매 영세자영업자는 1만9,000명가량 감소했다.

    대표단은 소상공인들에게 우호적인 의정활동을 펼친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에 대해서도 “일방적 매도는 안 된다”고 맞섰다.

    앞서 이언주 의원은, 과거 자신이 일하던 직장 대표가 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월급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노동부에 체불임금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개인적 경험을 털어놨다. 이 의원은 “사장과 근로자가 함께 공동체의식을 가져야한다”고도 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월급을 떼이더라도 사장의 사정이 어렵다면, 노동청에 고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와전돼, 논란을 초래했다.

    홍종진 회장은 이언주 의원에 대해 “최저임금과 관련한 소상공인들에 대한 의견 제시와 건전한 고용 공동체 함양 등을 강조하며 용기 있게 나선 분들을 우리 사회가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는 건강한 여론조성에 악영향을 끼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손계화 회장은 “소상공인이 성장할 수 있는 상생경제 매커니즘을 강조하는 소신 있는 정치인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호가했다. 이갑주 전라남도 회장도 “이언주 의원은 전안법 문제 등 공정한 문제에 끊임없이 나타나 주시고 대안과 해법을 제시해 줬다”면서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도 소상공인의 본질적인 문제를 잘 짚어 줬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회장들도 “(이언주 의원은) 소상공인연합회 초정대상을 수상하는 등 소상공인의 권익을 위한 의정활동에 앞장서 온 분”이라며 “본질적 문제를 소신있게 전해줬음에도 앞뒤 말 다 잘라먹고 보도하는 여론의 행태에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정부의 3조원 직접 지원대책에 대해서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합회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313만명으로 추정되고 이에 따라 2018년 소상공인업종 최저임금 추가부담금을 10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면서 “정부 지원금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 금액으로 어떻게 자영업자들의 출혈을 막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