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부 “중국에서 북한 내부 실상 유포할까 우려”…장마당 상품가격도 ‘기밀’
  • 최근 북한이 화교들을 대상으로 국내사정을 발설하지 말라는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화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전한 2015년 9월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의 관련 보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근 북한이 화교들을 대상으로 국내사정을 발설하지 말라는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화교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전한 2015년 9월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의 관련 보도.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이 최근 중국을 드나드는 화교들을 끌고 가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일 보도했다. 이유는 “화교들이 중국에 가서 북한 내부사정을 외부에 흘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중국을 자주 드나드는 화교들을 대상으로 ‘사전 보안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입단속을 하고 있는데, 교육을 받지 않으려면 화교들에게는 출국 비자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도 보위부에서 화교들을 대상으로 중국에 나가서 북한 내부 정보를 함부로 발설하지 못하게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심지어는 북한 장마당의 물건 가격도 ‘내부정보’로 규정해 발설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도 보위부 사전교육은 중국 체류 중 행동규범에 대한 내용으로, 북한 내부 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물론 본인이 직접 거래하는 물품 외에 다른 제품의 북한 내 시장가격, 가격 변동 등을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교들은 중국에 갔을 때 친인척을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때 북한 내부 사정이나 장마당 소식을 자세히 털어놓게 된다고 한다. 북한 보위부는 화교들에 의해 내부 정부가 자주 노출된다고 생각해 특별 사전교육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북한에 거주하는 화교들 대부분이 영세 무역이나 보따리 장사로 생계를 이어간다”며 “특히 중국을 자주 오가는 화교들은 매달 한 번 이상 청진시 포항구역에 있는 화교위원회 사무실에 모여 도 보위부 외사과가 내놓은 내용들을 숙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한 사람 가운데 중국을 자주 왕래했던 부류는 외화벌이 관계자와 친인척을 찾아가는 개인 여행자, 화교들이었는데, 화교들은 중국인 신분이어서 통제가 느슨한 편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은 “도 화교 위원회가 도 보위부 외사과의 엄격한 관리 아래 (중국 방문)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도 보위부 규정에 조금만 흠이 잡히면 비자 발급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기 때문에 장사로 살아가는 화교들이 중국으로 출국을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빈번하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만약 부득이한 사정으로 보위부 교육에 빠지게 되면 나중에 구두로라도 내용을 숙지했다는 증거자료를 화교위원회에 남겨야 한다”며 “예전에는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1만 위안(한화 약 166만 원)에서 최고 2만 위안(한화 약 330만 원)을 바치면 즉시 해결됐지만 요즘은 보위부에 조금만 꼬투리를 잡히면 비자 발급이 불가능해져 사전교육에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청진시 송평구역에 거주하는 한 화교의 사례도 소개했다. 이 화교는 3개월째 중국행 비자발급을 받지 못했는데 이유가 도 보위부의 사전교육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사전교육에 빠졌다는 이유로 도 보위부에 불려 갔지만, 조사 과정에서 과거 중국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돼 장기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가 화교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상이 외부세계에 알려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2009년 중국 정부의 통계나 2016년 12월 ‘NK뉴스’ 보도 등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거주하는 화교 숫자는 5,000여 명 안팎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화교들에 대한 차별과 통제가 강해져 그 수가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내외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화교들을 ‘탈북자’로 위장시켜 한국에 보내 간첩으로 활동하도록 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이후 북한 보위부는 中정보기관 ‘국가안전부(MSS)’와 함께 화교들을 대남 간첩으로 활용했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