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노무현 프리패스 인사… 공직자 인사시스템 무너졌다"
  •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2005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절 당시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만난 황우석 전 교수 곁에 바짝 붙어 파안대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2005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절 당시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만난 황우석 전 교수 곁에 바짝 붙어 파안대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황우석 국제사기극'에 연루된 핵심 인물인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건으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이 맹폭당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은 "보나코(보은·나홀로·코드) 인사" "적폐인사" 등의 표현으로 난타하고 있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참사 사례에 새로운 획을 그은 사건이라는 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임명했다. 박기영 본부장은 8일부터 정부과천청사의 정통부로 출근하고 있다.

    박기영 본부장이 임명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정통부의 연 20조 원에 달하는 R&D(연구·개발) 예산을 분배하는 컨트롤타워다. '혁신'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노란 완장' 채워주듯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이런 자리에 노무현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사람이 임명됐다. 허다한 '코드인사' 사례 중의 하나이고, 또 하나의 '자기 사람 낙하산 챙기기'인 줄 알았는데 점차 점입가경의 과거 전력이 드러나고 있다.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국제사기극'에 연루된 핵심 인물이었던 것이다. 지난 2006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직을 불명예스럽게 내려놓아야만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당시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 대한 연구비 지원에 개입하고 각종 검증장치를 규제 해제 명목으로 풀어주면서, 황 전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라간 것에 대해 애초에는 "윤리적 문제를 자문해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다가, 추후 문제가 불거지자 "연구의 진위를 가리는 역할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며 "알고 한 일이 아니다"라고 발뺌을 시도했다.

    이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과학적폐" "사회 퇴행을 보여주는 최악의 인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2005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절 당시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황우석 전 교수 지원 방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에 기여한 것 없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그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 원을 수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사진DB
    ▲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2005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절 당시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황우석 전 교수 지원 방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에 기여한 것 없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그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 원을 수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사진DB

    그런데도 임명이 강행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으로 있던 노무현정권 청와대에 몸담았으면 아무런 검증도 없이 자동문처럼 자리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만 신임하면 누구도 말 못하는 '제왕적' 분위기가 계속된 인사참사를 낳고 있다"며 "탁현민 행정관이 스스로 진퇴를 거론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빠지자, 그가 기획한 국정보고대회 장난질을 이례적으로 공개발언으로 추어올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탁현민 이병 구하기'에 나섰던 게 제2·제3의 탁현민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3당은 9일 한목소리로 '제2의 탁현민' 박기영 본부장 인사참사를 도마 위에 올렸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의 장본인인 박기영 본부장을 임명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박기영 본부장의 임명은 문재인정부가 향후 과학사기사건을 방임할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세계 과학계에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만으로 코드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문재인정부는 '보나코(보은·나홀로·코드) 인사’에 매몰되지 말고 박기영 본부장에 대한 임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박기영 본부장은 당시 황우석 교수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황 교수에게 연구 예산을 지원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한편으로는 황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사태가 불거진 뒤 공식 사과도 없이 청와대를 사직하고 곧바로 대학 교수로 복귀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박기영 본부장이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고 문재인캠프에서 정책 자문을 했다는 이유로 요직에 다시 임명된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가 이렇게 없느냐"고 개탄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날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박기영 본부장은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도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황우석 전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5000만 원을 지원받는 등 황우석 사태에 깊이 연루된 인물"이라며 "지난 3개월 동안 진짜 무너진 것은 고위공직자 인사 시스템"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를 하던 인사는 무조건 통과되는 '노무현 하이패스 프리패스' 인사"라며 "박기영 본부장 임명을 철회하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엄중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