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모텔이 웬 말... 누리꾼들 "뼈 빠지게 벌어서 세금 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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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DB.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 DB.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꼼꼼한 행정과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청년수당의 사용처를 둘러싼 여러 지적에도 끝내 고집을 꺾지 않은 박원순 시장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수당 클린카드'는 호텔, 콘도, 모텔, 당구장, 소주방, 성형외과 등 유흥·오락 시설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대리운전, 패션잡화, 건강기능식품 등도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로 살 수 없도록 사용처가 제한된 품목은 귀금속, 총포류 등이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자율성이 지나치게 제한되는 것을 우려해 꼭 막아야 하는 항목만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1일 "(청년수당은) 업종코드가 세분화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전 규제가 아닌 사후 모니터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으로, 취업 활동이 다양하기 때문에 카드 사용처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사용내역과 활동계획서를 바탕으로 종합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혈세 낭비를 막고 구직청년을 지원하는 본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자 한다면, 먼저 폭을 제한한 뒤 점차적으로 용처를 확대해나가며 개선해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실장은 "사후는 모르겠다는 식의 서울시 태도는 결국 재정을 풀어 청년들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먼저 카드 사용처를 상당부분 한정 짓고 이후 실시간 점검 및 사후 모니터링을 보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올해 청년수당 예산은 총 150억원으로 7월과 8월 각각 4,909명과 4,899명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 선정자들 양심 믿는다더니... 예고된 논란

    서울시는 그간 청년수당 카드가 취업 목적에만 연계되도록 꼼꼼한 사후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이라고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청년수당을 수혜받은 일부 청년들이 가짜로 사용내역을 만들거나, 휴대폰 결제 등 부정한 카드 사용법을 공유하며 시의 추적을 피해 엉뚱한 곳에 청년수당을 쓴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청년수당을 강행, 한달간 2,800명을 선정해 14억원의 현금을 지급했으나 사용처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결국 수당 지원 직후, 일부 SNS와 커뮤니티에는 서울시에서 받은 수당으로 이른바 '치맥파티'를 했다거나 친구들과 유흥을 즐겼다는 후기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당시 시 관계자는 "선정자들의 양심을 믿는다"는 안일한 답변을 내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중단된 사업이 올해 재개된 후 서울시는 '사용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사용처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으나 현재 전체 업종코드 340개 중, 45개 업종에만 제한을 두고 있다. 청년들의 자율성을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뼈 빠지게 벌어서 낸 세금이 젊은 사람 유흥비 대주는데 쓰이다니.. 이 참에 서울시는 보도방도 운영해라"라는 거센 비난과 함께 "처음부터 헛점투성이였다",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돈을 주는 지자체나 받는 청년이나 한심하다" 등의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청년수당의 불분명한 사용처에 대한 지적은 이미 시민단체와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문제가 제기됐던 터라 서울시는 예고된 논란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 청년수당 체크카드로 지급하는 다른 지자체 상황은?

    그동안 청년수당은 '로또'에 비유됐다. 수혜기간인 6개월 만료 후엔 별다른 대책이 없어 취업준비 기간을 연장하는 임시방편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근본적인 청년실업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수당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그러나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청년수당 정책 자체에 대한 재검토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실장은 "청년수당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것은 중앙정부(보건복지부)밖에 없다"면서도 "박원순 시장과 이념적으로 맞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실상 중앙정부가 서울시에 제재를 가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본래 취업준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이니만큼 사용처를 취업과 연관된 부분으로 확실하게 한정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수당 사용 내역을 점검하는 과정 전반에 대한 시스템 개선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홍철호 의원도 "청년수당이 본래 학원 수강료나 시험 응시료 등의 사업취지에 부합하도록 클린카드 사용처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비슷하게 '체크카드'로 청년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다른 지자체 상황은 어떨까.

    부산시는 올해 9월부터 청년 2,0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년간 240만원(월 최대한도 50만원)을 후불제로 지급하는 '청년 디딤돌카드' 시책을 시행한다.

    수혜자가 본인의 돈을 체크카드에 넣어 쓴 뒤, 취업 연계가 확인된 부분에 한해서만 시가 월 최대 50만원 씩을 보전해주는 형식이다. 통신비와 식비 등은 아예 지원하지 않는다.

    부산시 비전추진단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시가 지급하는 카드로 먼저 본인이 사용한 후, 우리가 지정한 업체에 한해서만 돈을 지급한다"며 부산시 협업은행에 등록돼 있지 않은 곳에 한해서는 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부산시와는 다르게 '선불제'로 수당을 지급하지만 구직활동 보고서를 매주 1회씩 제출하게 하고, 용처가 불명확한 곳에 사용할 시 경고를 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경기도 일자리재단 청년센터 관계자는 "경기도 청년구직지원금이 엉뚱한 곳에 쓰였다고 판단될 시, '1차-경고, 2차-지원금 절반 삭감, 3차-지급중단'이라는 장치를 마련해놓고 엄격히 사용 내역을 확인한다"고 전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지자체가 청년들에게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우려가 있는 만큼 지자체는 청년수당 대상을 꼼꼼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