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중공군이 휴전선 일대 건설한 ‘지하 만리장성’ 주목
  • 美디펜스 뉴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한 美육군 신속능력처 더글러스 윌치 처장의 인터뷰 기사. ⓒ美디펜스 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디펜스 뉴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한 美육군 신속능력처 더글러스 윌치 처장의 인터뷰 기사. ⓒ美디펜스 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5일 ‘조선일보’ 등 몇몇 국내 언론이 특이한 내용을 보도했다. “美육군 ‘신속능력처(RCO)’가 한국에 와서 휴전선 일대를 돌아 봤다”는 美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뉴스’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었다.

    이들이 인용한 美디펜스 뉴스의 보도는 지난 10일(현지시간)에 나온 RCO ‘더글러스 윌치’ 처장과의 인터뷰였다. ‘더글러스 윌치’ 처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美육군협회 연례행사’에서 ‘디펜스 뉴스’와 만나 RCO의 임무와 한국 방문 목적, 향후 RCO의 활동 방향 등을 설명했다.

    ‘더글러스 윌치’ 처장은 美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美육군 RCO 관계자들은 최근 한반도를 찾아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갈고 닦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5주 전 한국을 찾아 직면한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을 높이려는 주한미군과 美육군 제8군을 도왔다”면서 “특히 남북한 접경에 있는 땅굴들에 대처하는 능력 향상과 함께 전자전 및 위치·항법·시간(PNT, 항법체계) 능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더글러스 윌치’ 처장은 북한의 땅굴에 대해 “이것에 대응하는 데에는 커다란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에게는 그런 조직이 없다”면서 “북한은 전쟁 초기 한국 공격을 위해 휴전선 일대 땅굴에 방사포와 장사정포, 대량의 탄약, 화학무기 등을 숨겨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글러스 윌치’ 처장은 “휴전선 일대에서 북한 땅굴시설의 실체를 파악해 구체적인 지도를 만드는 것은 향후 미군의 대북 대응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젝트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美디펜스 뉴스는 “윌치 처장은 여기에 더해 RCO가 주한미군에게 휴전선 일대에 적합한 전자전 능력을 갖추게 하는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이것은 유럽 지역에서의 해법과는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면서 “또한 RCO는 미군의 PNT 역량이 휴전선 일대에서도 적합하도록 만드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 이기환 경향신문 기자가 2014년 6월에 블로그에 올린 '휴전선 지하 만리장성' 지도. ⓒ이기환 경향신문 기자 블로그 캡쳐.
    ▲ 이기환 경향신문 기자가 2014년 6월에 블로그에 올린 '휴전선 지하 만리장성' 지도. ⓒ이기환 경향신문 기자 블로그 캡쳐.


    美디펜스 뉴스가 전한 윌치 RCO 처장의 말은 미군이 휴전선 일대의 북한 땅굴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군은 한미연합사 구성 이전부터 북한 땅굴이 전시 매우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미군은 북한 땅굴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군에 다양한 수단과 장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미군이 지난 6월 5일 RCO의 작전 책임자인 윌슨 쇼프너 육군 소장을 한국에 보낸 데 이어 책임자 더글러스 윌치 처장까지 보내, 휴전선 일대를 돌아보고 갔다는 점은 주의 깊게 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휴전선 일대 북한 땅굴을 처음 건설한 것은 중국이며, 이들은 땅굴을 ‘지하 만리장성’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이기환 경향신문 기자는 2014년 6월 “휴전선 일대에 있는 지하 만리장성”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기환 기자의 글에 따르면, 한국 전쟁이 교착 상태이던 1951년 8월 중공군의 주도로 휴전선 일대에 땅굴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중공군과 북한군이 건설한 휴전선 일대의 땅굴은 1952년 말에 거의 완성됐는데, 갱도 전체 길이 287km, 갱도 9,519개, 각종 시설물 10만 1,500여 개, 총 연장 4,000km 가량의 땅굴이 생겼다고 한다. 이기환 기자에 따르면 중공군이 제공한 땅굴 건설 노하우를 북한군이 배워 남침 땅굴을 만들었다고 한다.

    美육군 RCO 총 책임자와 작전 지휘관이 주한미군의 전력 최적화를 위해 방한, 휴전선 일대 북한 땅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돌아봤다는 보도는 이기환 기자가 올린 내용과 오버랩된다.

    美디펜스 뉴스가 보도한 RCO라는 조직에 대해 살펴봤다. RCO의 풀 네임은 ‘Rapid Capabilities Office’로, ‘신속(대응)역량(개발)처’ 정도로 의역할 수 있다. RCO를 처음 창설한 곳은 美공군이었고, 美육군은 이를 벤치마크한 것이었다.

    RCO의 홈페이지에는 총 책임자인 차관보급 ‘더글러스 윌치’ 씨와 작전 책임자 ‘윌슨 쇼퍼’ 육군 소장이 소개돼 있었다. 임무에 대해서는 “우리는 일선 부대의 실전능력 향상에 있어 물질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교리, 조직개편, 교육훈련, 지휘관 및 개인 역량 강화, 시설, 정책 등을 지원한다”고 돼 있다.

    美디펜스 뉴스는 “RCO는 지난 15년 동안 중동에서 있었던 전쟁 중 전자전과 항법체계, 사이버 전, 지역 특성을 무시한 긴급대응작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1~5년 이내에 美육군 일선 부대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며 “2016년 8월에 창설된 美육군 RCO는 미군이 배치된 현장과 미군의 실제 작전능력 간의 차이를 최대한 빠르게 메울 수 있는 해결책을 찾고 적용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美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美육군은 RCO를 통해 일선 부대의 기동력과 실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며, 최근에는 3,100만 달러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한다. 또한 RCO가 제시한 개선 방안은 일선 부대 장병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듣고 있다고 한다.

    美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RCO가 처음 내놓은 전자전 개선책은 유럽에 영구 주둔 중인 美육군 제2기병연대와 제173공정여단에 2017년 11월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

  • 美육군 RCO는 일선 부대들의 실전능력 향상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美RCO 홈페이지 캡쳐.
    ▲ 美육군 RCO는 일선 부대들의 실전능력 향상을 전담하는 조직이다. ⓒ美RCO 홈페이지 캡쳐.


    RCO가 美육군 일선부대를 위해 개발 중인 ‘개선책’ 가운데는 독특한 장비도 있다고 한다. 윌치 처장은 이를 ‘B-kit’라고 불렀는데, 차량에 장착하는 소형 장비로, 방해 전파에도 GPS를 사용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2018년 가을이면 이 장비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RCO는 이 장비를 비컨(신호발생장치)와 통합해 보병전투차량인 ‘스트라이커’에 탑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이 장비를 ‘스트라이커’에 통합하는 시험이 美뉴멕시코州 화이트 샌드 기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RCO는 또한 GPS가 아닌 다른 형태의 항법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5개 업체로부터 제안서도 받았다고 한다. GPS를 사용하지 않는 항법체계의 시연은 2018년쯤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

    RCO는 이밖에도 야전에서 사이버 전쟁을 수행하는 방안과 대규모 무인 전투기(C-UAS) 공격에 대응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특히 UAV가 떼로 몰려드는 공격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고에너지 레이저 무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미래전을 준비하는 RCO가 한국에 와서 북한 땅굴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은 기억할 만한 대목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