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물꼬 트기 위한 포럼서 주도권 놓고 安과 경쟁하는 劉 속내는
  •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부터) ⓒ뉴데일리 DB
    ▲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부터) ⓒ뉴데일리 DB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두 번째 공개적 만남을 가지면서 두 사람의 통합 행보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당대표로서 당내 반발을 잠재운 채 통합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손을 내미는 쪽이 향후 주도권을 쥐게 될 전망이다.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대표는 23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세미나에 나란히 참석했다. 양당 의원 및 원외위원장들이 다수 모인 가운데 포럼의 주제는 '양당 연대·통합 의미와 전망 그리고 과제'인 만큼 통합에 관한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자리였다.

    유승민 대표는 이날 서두에 양당 간의 협력을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의 모두발언을 했다. 이어 안철수 대표 등 양당 지도부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발제에 앞서 먼저 자리를 떴다. 반면 유승민 대표에게 발제까지 듣고 갈 것을 권했던 안철수 대표는 세미나 끝까지 자리를 지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후 취재진과 만난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 의원 중에 일부가 양당의 협력·연대에 대해서 정체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데 나도 똑같은 생각"이라며 "정체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입법이나 예산에서 정책에서 협력할 부분 있는지 공통분모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겠다"며 "그런 정신을 적극 찬성하고, 야권 전체가 협력할 부분 찾아서 연대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유승민 대표의 경우 통합을 마주하는데 있어서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비록 의석 수가 11석인 비교섭단체이지만, 이날 정체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민의당과 대등한 위치에서 통합을 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뜻으로 읽힌다. 의석 수 40석으로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국민의당 앞에서 자칫 손을 놓고 있다가는 흡수될 우려가 있어 경계를 놓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통합에 대해 안철수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바른정당 의원들의 개별 입당만 받아들이겠다고 고집하는 상황이다. 이날 유승민 대표가 "우리도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이를 받아친 '기싸움'의 성격으로 읽힌다.

    유승민 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은 부정적으로 바라본 반면 국민의당과는 "신중하고 차분하게 준비한다"며 일단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차이는 분명하다.

    "자유한국당이 (협력에) 소극적이니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정책과 선거까지 연대할 부분을 찾아보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라면서도 "오늘 주제가 통합이라고 얘기하는데 국민의당이 지금 미래를 위한 진통을 겪고 있으니까 지켜보고, 당 입장에서도 통합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고 준비해 가고 있다"고 신중한 기조를 잃지 않았다.

    나아가 "(국민의당이) 내부적인 진통을 겪는 문제에 대해 내가 너무 앞서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이번 주는 지켜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바른정당은 오는 25일 원내·외 당협위원장과 광역자치단체장,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하는 연찬회를 연다. 이날 자리는 사실상 당의 진로가 결정될 '끝장토론'이 될 전망이다.

    연찬회에 대해 유 대표는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열리는 첫 번째 토론회인 만큼 당의 앞날에 대해 모든 걸 다 열어놓고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또 사무처 당직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볼 것"이라며 "거기서 좋은 의견이 나오면 그대로 당의 정책이든 조직 운영에든 적극 반영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