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는 못할 망정 테러라니" 비난 봇물, 靑 게시판에는 사퇴 촉구 서명 운동
  • 이국종 아주대 중장외상센터 교수가 2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병원에서 북한군 귀순 병사 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이국종 아주대 중장외상센터 교수가 2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병원에서 북한군 귀순 병사 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북한 귀순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 교수를 겨냥해 비난을 쏟아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발언을 두고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종대 의원은 지난 17일 이국종 교수가 북한 귀순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이 나온 사실을 브리핑했다는 사실과 관련, 자신의 SNS에 '북한 병사에 대한 인격테러'라는 글을 올렸다. 브리핑 내용이 해당 병사의 인권을 무시했다는 이유에서다. 22일에도 "(이국종 교수가)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같은 취지의 글을 연달아 게재했다.

    이국종 교수는 김종대 의원이 비난글을 SNS에 게재하자 22일 "국가적으로 주목받는 일을 하다보면 불협화음이 터지는 것 같다.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합의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변과 피를 뒤집어 쓴 의료진의 인권은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김종대 의원의 비난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분위기가 심상찮게 흘러가자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던 의료계가 김종대 의원의 비난 발언에 제동을 걸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우리 협의회의) 7,000명 의사들은 JSA 북한 귀순 용사의 목숨을 구하고 있는 이국종 교수의 헌신적 자세에 동료 의료인으로서 감동과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사들은 "(김종대 의원이) 격려는 못할망정 환자 인권을 테러했다고 주장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들은 "치료 중인 환자의 상태를 브리핑하는 과정은 모두 협의를 거쳐 공개된다고 분명히 이야기했음에도, 환자인권을 침해했다는 불편한 시각을 정치적 진영논리와 결합해 지속적으로 의사들에게 심리 압박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국종 교수는 건설·총상·대형교통사고 등으로 인해 주요 장기가 크게 손상된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라며 "이런 교수에 대해 망발을 한 김종대 의원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당장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현직 의사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국종 교수를 지지하는 글들이 게재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 현직 의사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국종 교수를 지지하는 글들이 게재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현재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을 현직 의사라고 밝힌 이들의 인증글이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현직 의료인들만이 가입·열람할 수 있는 사이트의 화면을 캡처해 올린 후 "대부분의 의사들이 이국종 교수를 응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김종대 의원의 국가관(國家觀)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기도 됐다. 누리꾼들은 "북한 주민 2,000만명을 최악의 환경에서 굶주리게 만든 김일성을 전체주의 독재자라고 비판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종대 의원이 언급한 인권과 관련해 '북한인권법' 제정 실상을 지적하는 비판도 많았다. "인권을 외치는 김종대 의원 혹은 소속 정당인 정의당에서 북한인권법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본 적 있느냐"는 성토가 주를 이뤘다.

    정선화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홍보이사는 2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종대 의원의 발언은 묵묵히 일하는 의료진에 대한 인격 테러로, 이국종 교수께서 논란의 중심에서 느낄 괴로움을 고려하면 입장을 밝히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실제로 대다수의 의사들이 김종대 의원의 발언에 상당한 분노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줄을 잇는 언론보도와 비판 여론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종대 의원은 23일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 할 의사가 혹시 저로 인한 공방에서 마음에 부담을 지게 된 것에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기생충의 나라, 더럽고 혐오스러운 나라라는 발언과 보도는 귀순 병사를 포함한 탈북자 인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김종대 의원이 제기한 문제는 귀순 병사 수술 과정에서 군(軍) 당국과 언론의 태도를 문제삼은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들끓는 여론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누리꾼들의 분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김종대 의원을 향한 사퇴 청원 운동이 시작됐다.

    사퇴 청원 운동에 참여한 누리꾼들은 "모든 것을 이데올로기로 해석하고 북한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건 기를 쓰고 감추려는 이 분(김종대)은 과연 어느나라 국회의원인지 모르겠네요", "진짜 인권을 생각한다면 밥 굶고 의료서비스도 못 받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해야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한편, 4발의 총상을 입고 두 차례 수술을 마친 북한 귀순병은 현재 의식을 회복하면서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밝히고 "TV 시청을하게 해달라" 등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