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이어 임관빈 석방, 전병헌 영장도 기각...법원 ‘혐의 소명 부족’
  • ▲ 서울중앙지검 청사. ⓒ 뉴데일리DB
    ▲ 서울중앙지검 청사. ⓒ 뉴데일리DB

    법원이 피의자 신병확보에 있어 ‘불구속 수사 및 무죄추정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는 심리 결과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일단 영장을 청구하고 보자”는 검찰 수사 관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 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24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야당(현 여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 공작을 지시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군형법상 정치관여 금지) 등으로 수감된 임관빈 前 국방부 정책실장에 대한 구속적부심 재판을 열고, 석방 결정을 내렸다. 임 전 실장 석방에는 주거지 제한 및 사건관계인 접근 금지, 보증금 1천만원 납입 등의 조건이 붙었다. 임 전 실장이 조건을 위반하는 경우, 다시 구속될 수 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군(軍) 정치공작 댓글 의혹 사건’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신광렬 수석 부장은 21일,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낸 적부심 청구를 인용,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석방을 명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군 정치공작 댓글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적폐사건 수사팀이 공을 들이고 있는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다.

    검찰은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실장 등이 공모해,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대규모 댓글 공작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밝힌 사건 개요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이 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법원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김관진 전 장관, 임관빈 전 실장을 잇따라 풀어주면서, ‘군 정치공작 의혹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법원이 이미 구속영장을 발부한 피의자들을,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석방한 사실은, 검찰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이런 사실은, 이명박 정부 당시 이뤄진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북심리전’ 활동을 ‘정치공작’으로 단정 지은 검찰 수사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사건을 바라보는 법원의 시각이 검찰과 다르다는 사실이 김관진·임관빈 구속적부심을 통해 확인되면서, 검찰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문제로 여겨졌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상당기간 뒤로 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관진 전 장관 석방 당시, 법원의 결정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입장문을 냈던 서울중앙지검은, 임 전 실장 조건부 석방 결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갔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정부 적폐사건’ 수사를 총지휘하는 윤석열 중앙지검장은, 법원의 구속적부심 석방 결정에 강한 유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차례의 구속적부심 결과,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주요 이유로 석방을 결정하면서, 검찰의 수사력에 의문을 던지는 견해도 늘고 있다. 주요 사건 처리에 있어 검찰의 ‘범죄 혐의 소명’이, 법원의 기준선을 넘지 못할 만큼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정부 적폐사건 수사는 물론이고 현 정부 실세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수사도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검찰의 수사력 부재’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25일 오전 강부영 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전병헌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강 판사는 영장기각의 주요 이유로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꼽았다. 강 판사는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게 봤다.

    “피의자의 범행관여 여부 및 범위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증거자료의 수집 정도, 관련자 구속 사실 등을 고려할 때 진술조작 등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다.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전병헌 전 수석은, 재승인 대가로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이 넘는 현금과 기프트카드 상품권 등을 받고, 롯데가 소유한 제주도 고급 리조트를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전 前 수석 의원비서관으로 일했던 윤모씨 등 3명이 한국e스포츠협회 공금을 빼돌린 과정에도, 전 전 수석이 개입한 정황을 잡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22일 관련자 진술 등을 확보한 뒤, 전병헌 전 수석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수수,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기각에 검찰은 즉각 “보강수사 후 영장을 재청구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원과 검찰이 피의자 신병구속 여부를 놓고 상이한 판단을 내리면서, 법원과 검찰 사이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