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후보되면 의석 내려놓아야… 하반기 원구성 '혼란' 전망
  •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내년 6·13 지방선거가 반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출마 후보군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명 선을 훌쩍 넘고 있다.

    이들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뛰어들 수 있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상당수가 교통정리될 전망이지만, 경선 과정에서 배수진(背水陣)을 치거나 최종후보로 확정되는 현역 의원이 많아지면 원내 세력 균형에도 변동이 생겨 민주당의 원내 1당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 줄잡아 20명이 넘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내년에 치러질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특별시장 후보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재선(再選) 임기를 거치는 동안 박원순 시장의 거듭된 실정(失政) 누적에 3선 피로감까지 겹치면서 "선수 교체"를 외치는 당내 목소리가 높다.

    민병두(3선·서울 동대문을) 의원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민병두 의원은 현 박원순 시장이 고향(경남 창녕)인 경남도지사 후보로 차출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선수교체를 외치고 있다.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을 노리는 박영선(4선·서울 구로을) 의원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당대표인 추미애 의원(5선·서울 광진을)은 직책상 공개 발언을 삼가고 있지만 계속해서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다. 불모지인 강남에서 민주당 깃발을 꽂은 전현희(재선·서울 강남을) 의원도 다크호스다.

    이외에도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3선·서울 서대문갑) 의원과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낸 신경민(재선·서울 영등포을) 의원도 서울시장 잠재 후보군으로 간주된다.

    전국 최대 자치단체인 경기도지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인 이른바 '3철' 중의 한 명으로 알려진 전해철(재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과, 안민석(4선·경기 오산) 의원이 사실상 출마를 결심하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6선의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경기 안양동안갑)도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이석현 전 부의장은 지방선거 출마보다는 내년 5월에 재구성될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국민의당 문병호 전 최고위원과 치열한 3파전이 예상되는 인천은 박남춘(재선·인천 남동갑) 의원과, 수석사무부총장과 수석대변인을 지낸 윤관석(재선·인천 남동을) 의원 간의 싸움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안희정의 아성'으로 불리는 충청권에도 많은 현역 의원들이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내년 지사직 3선 도전을 사실상 접고 원내(院內) 진입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바턴 터치'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시종 지사가 3선을 노리는 충북에서는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정통 관료 출신의 오제세(4선·충북 청주흥덕갑) 의원이 "선수 교체"를 외치고 있으며, 문체부장관인 도종환(재선·충북 청주흥덕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무주공산이 된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에는 각각 박범계(재선·대전 서구을) 최고위원과 이상민(4선·대전 유성을) 의원, 양승조(4선·충남 천안병) 의원이 출마 후보군이다.

    특히 양승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측풍과 후풍을 동시에 받고 있는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의 한 판 승부도 감수하고, 충남도지사 후보직에 '올인'할 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에서는 민주당 전남 유일 현역 의원인 이개호(재선·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최고위원의 전남도지사 도전이 확실시된다.

    이개호 의원은 1980년 행시에 합격한 이래로 관료 생활 대부분을 전남도청과 관내 시청 등에서 근무한 뒤, 행정부지사로 경력을 마쳤다. 본래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의정보다는 행정 쪽으로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는 평이다.

    그간 민주당의 열세 권역으로 꼽히던 영남에서도 현역 의원들의 출마 바람이 거세다.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비선실세 '3철' 중 한 명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마 움직임에 맞서 해양수산부장관을 맡고 있는 김영춘(3선·부산 부산진갑) 의원의 차출설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초선·경남 김해을) 의원에 맞서 민홍철(재선·경남 김해갑)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구는 행정안전부장관인 김부겸(4선·대구 수성갑) 의원의 차출설이 회자되고 있다. 제주는 강창일(4선·제주갑) 의원의 출마설이 나온다.

    이처럼 광역단체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의원들이 당내에만 줄잡아 20명 선에 달하다보니, 자칫 지방선거를 치르다 원내의 미묘한 세력균형이 깨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무원 등의 입후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53조 2항 3호는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전 3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규정한다.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이뤄질 무렵인 내년 5월을 전후해 의원 줄사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당내 경선 과정에서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당내 경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많은 의원들이 '교통정리'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의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의원직을 미리 내던진 채, 배수진을 치고 경선에 뛰어드는 의원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역 의원 다수가 단체장 후보가 돼서 의원직을 내려놓게 되면, 원내 의석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며 "민주당(121석)과 한국당(116석)의 의석수 격차가 작은 만큼 원내1당이 어딘지 불분명하게 되면, 하반기 원구성을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