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정상회담서 '4대 원칙' 합의 도출…北 제재안·사드 관련 내용은 빠져
  •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난 모습. ⓒ뉴시스 DB
    ▲ 1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난 모습. ⓒ뉴시스 DB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 관계의 전환점을 만들고자 1박2일에 걸쳐 중국에 '정성외교'를 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아랑곳 않고 '사드' 문제에서 이견을 드러냈다.

    '굴욕 외교'라는 세간의 비판을 참아가며 시 주석과 주파수 맞추기를 시도 했음에도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가시적 성과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확대정상회담 및 소규모 회담을 했다.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지 30여 시간 만이다.

    한국 측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장표 경제수석, 장하성 정책실장, 노영민 주중국대사,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조한기 의전비서관,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김현철 경제 보좌관, 신재현 외교정책비서관 등 청와대·정부의 핵심 관계자가 총 출동 했다.

    중국 측에서는 시진핑 주석을 비롯,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 중산 상무부장, 왕이 외교부장, 딩쉐샹 중공중앙정치국 위원 겸 시주석판공실 주임, 양제츠 중공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추궈홍 주한대사가 나왔다.

    이날 중국과의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 들어 3번째로, 우리 정부는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10월 31일 한중 관계 개선 합의문을 발표한 것에 크게 고무됐다. 지난달 베트남 다낭에서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도 이날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는데 한 몫 했다.

    지난 6일에는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이번 중국 방문은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이루어지는 것으로 양국 정상 간 신뢰와 우의를 돈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류·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때문인지 한·중 정상회담 전까지 문 대통령은 곳곳에서 시진핑 주석을 배려했다. 일본과의 외교 마찰 우려를 감수해가며 예민한 문제인 난징대학살 관련 발언을 꺼냈고, 정상회담 당일 아침에는 중국 베이징의 서민들이 찾는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눈높이를 맞추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이 언급했던 '일대일로' 구상에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인도-태평양'라인에 대해서도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우리나라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다.

    그러나 막상 이날 회담에서의 중국 측의 태도는 지난 두 차례의 회담과 변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 노골적으로 '사드' 이야기를 꺼냈다.

    시 주석은 확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에서 남경대학살을 추모하는 기념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대사를 참석시켜준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면서도 "지금 모두가 아는 이유 때문에 중-한 관계는 후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한 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관건적 시기에 처하고 있다"며 "우호적이고 가까운 이웃 협력자로서 지역 평화 수호와 공동 발전 촉진하는 면에 있어 광범위한 공동 이익과 넓은 협력의 비전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방향을 정확하게 잘 잡아 중-한 관계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도 말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지난달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렸던 한·중 정상회담과 달라진 내용이 거의 없다. 당시에도 시 주석은 한중 관계를 '관건적 시기'로 규정하고, "오늘 우리 회동은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의 협력, 그리고 리더십 발휘에 있어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었다. 이날엔 사드 관련 발언은 없었다.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저는 지금까지의 만남을 통해 시 주석님이 말과 행동에서 매우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며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있었던 팽팽한 긴장감은 결국 향후 소규모 정상회담 등 전체 회담 결과로 이어졌다. 청와대 윤영찬 소통수석은 한·중 확대 정상회담 및 소규모 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4가지 원칙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의 형식을 택하지 않고 각자 브리핑하는 방식을 택했다.

    윤 수석이 언급한 4대원칙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모든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남북한 간의 관계 개선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이다. 원유공급 중단 등 북한에 대한 구체적 제재 수단과 사드 에 관한 합의는 여기에 빠졌다.

    이와 관련 윤 수석은 "시 주석은 사드 문제 관련 중국측 입장을 재천명하고 한국측이 이를 계속 중시하고 적절히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원유 공급은 중국이 결정할 문제고 안보리 제재 최대로 지키는 상황에서 언급하는게 바람직하냐는 생각이 있었다"며 "원칙들을 쭉 포괄적으로 말했고 두 정상간 인식 문제와 접근하는 시각을 조율하는 자리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정성외교'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수교 이후를 전제로 '관왕지래'라는 표현을 썼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의 번영을 위해 중국의 번영 또한 애쓰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일방의 경제 발전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관계에 있다"며 "공동 번영의 길을 함께 걸어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운명적 동반자라고 믿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정상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고위급 수준의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로 풀이되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고위급 수준과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과 안보 협력도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방향으로, 제한적으로 했던 대화를 풀자는 말"이라며 "북핵 문제 논의가 어떻게 발전할지는 모르지만 고위급 레벨에서 지속적으로 대화하자는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